| ▲ <그림1> 출처: http://www.pleatfarm.com © TIN 뉴스 | |
사실 많은 패션디자이너나 기업들은 디자인 자체에 있어서는 과거의 스타일을 반복하고,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아이디어, 생산, 판매, 심지어는 폐기까지 같은 방식을 따르고 있다.
Zero-waste design은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깬, 즉 생각하는 방법을 다르게 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패턴메이킹과 재단방법이 최소 15%이상의 원단을 버린다는 점에서 착안한 친환경 패션디자인 방법으로 whole garment, 간단한 라인만을 살린 평면적 디자인, 재단을 하지 않는 디자인, 종이접기, 독창적인 컷팅을 활용한 디자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whole garment knit나 간단한 라인만을 살린 평면적인 즉 튜닉과 유사한 디자인, 전혀 재단하지 않고 원단을 바디에 직접 드레이핑하여 tuck이나 주름을 잡은 후 봉제하는 디자인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디자인 방법이므로 여기서는 종이접기와 독창적인 컷팅을 활용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Issey Miyake의 132.5는 한 장의 천(1차원)이 입체적 형상(3차원)이 되고, 다시 평면(2차원)으로 돌아가는 움직임과 더 나아가 한 장의 천이 한 벌의 의상으로써 인체를 감싸는 오브제가 되었을 때,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5차원)가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이접기를 과학화하여 컴퓨터로 도면을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재단을 통해 버려지는 원단이 전혀 없다.<그림 1>
Timo Rissanen과 Holly McQuillan도 zero-waste design을 연구하는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의 디자인은 평면적인 원단에 gussets, 주머니, 카라, 트림 등을 퍼즐조각처럼 배치하여 새로운 의상 패턴을 창조하는 것이다.<그림 2>
재단의 끝처리를 독창적으로 개발하여 zero waste design을 실현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Mark Liu의 “jigsaw cutting”과 Julian Roberts의 “subtraction cutting”을 들 수 있다.
Mark Liu의 jigsaw cutting은 크고 작은 조각들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 맞춰서 모든 원단을 빠짐없이 활용한다. 이를 위해 그는 끝을 복잡하게 재단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그림 3>
| ▲ <그림3> 출처:http://www.ecouterre.com © TIN 뉴스 | |
Subtraction cutting의 기본 명제는 패턴의 재단선이 의상의 외곽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단은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을 이용하여 접기, 말기, 뒤집기, 묶기 등을 이용해 인체가 움직이는 공간을 형성하고, 인체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의 크기와 형태가 변하는 것이다. Subtraction cutting은 디자인을 위해 패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가지고 디자인 하는 것이다.<그림 4>
이러한 독창적인 컷팅은 때론 실패할 수 있지만,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상이상의 새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패턴조각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 옷으로 완성하기까지는 날카로운 눈으로 2차원과 3차원 조형성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과 빠르고 즉흥적인 재단 능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수정하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발견 지향적 디자인 방법이다.
Zero-waste design은 폐기물을 디자인이나 생산과정에서 제거시킨다는 컨셉에서 보면 pre-consumer waste design과 그리고 작은 단위형태를 이어서 큰 형태를 이룬다는 점에서는 모듈방법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zero-waste design은 폐기물을 아예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의 두 가지 디자인 방법과 차이가 있다.
| ▲ <그림4> 출처:http://www.julianand.com © TIN 뉴스 | |
우연이나 직관이 중요한 디자인 과정이 되는 zero-waste design은 옷을 만드는 방법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와 실루엣을 가진 디자인이 창조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zero-waste라는 조건을 제약이 아니라 장점이자 독창적인 디자인 가능성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명분아래 필요이상의 많은 양의 원단을 소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zero-waste design이 패션디자인에서 확산되려면 대량생산의 어려움, 인건비 상승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일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패션에 있어 친환경과 스타일은 공동운명체처럼 함께 가야지 분리되었을 때는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도 그만큼 감소될 것이다.
장남경
한세대학교 디자인학부
섬유패션디자인전공 조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