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 박물관의 설립
의상 박물관의 설립
공 석 붕
1961년 5.16 부터 1986년 6.29 선언 때 까지 무려 25년! 패션이란 용어자체를 금기시하던 시기. 소위 6.29 선언이라는 민주화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패션 산업도 비로소 기지개를 펴게 되어 패션이란 용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패션쇼도 하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패션계도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그 기초가 되어야 할 번듯한 도서관이나 의상 박물관 하나 없이 오늘에 이르렀고 6.29선언이 있은 지 23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롯데 백화점 본점 애비뉴관 9층에서 10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현대 의상 전시회가 열렸다.
신혜순 선생의 열정 현대의상 전시회
따지고 보면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패션 진흥의 당위성을 인정한 각계의 중의가 모여 신인 패션 경진대회, 패션 정기 컬렉션, 패션 소재 전시회 등 다양한 패션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필자가 1991년 4월 1일 패션협회 3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하이패션 협회와 패션 경영인회를 통합하여 현재의 패션협회로 발족하였고 패션의 생명이랄 수 있는 색상의 KS화를 적극 주선하여 성취하였으며 통일된 정기 컬렉션의 정착, 신인 콘테스트를 대통령상으로 격상시켰는가 하면 패션을 전문적으로 할 부속 건물의 건설을 제안하여 섬유산업 연합회에서 부속 건물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건물을 제안 할 때의 목적중의 하나였던 도서관이나 의상 박물관은 거부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음은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말할 여지도 없이 의류제품 수출을 봉제품 수출이라고 통계를 잡던 시절 봉제품 수출이 아니라 적어도 의류 수출이란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고 해도 무관심하던 당국도 “넥타이의 부가 가치론”를 설명하면서 겨우 설득되기 시작하여 패션이란 용어가 정착 된지도 엊그제 같은데 그것도 어언 20년이 되어간다.
“넥타이 부가 가치론”이란 다름 아닌 순 국산 견직물의 수출 방식의 개선이었다. 고 박정희대통령의 아이디어로 농촌에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쳐서 견직물을 수출하자는 발상이었는데 천연자원이 없던 우리나라에서 이 사업은 잘 진행되었지만 생견직물 1야드에 5달러 받기가 쉽지 않던 시절, 이것을 가공하여 넥타이를 만들어 수출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견직물 1 yd면 약 5매의 넥타이가 나오며 이것은 하나에 10달러씩 받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생 견직물로 수출하는 것 보다 10배 이상의 부가 가치가 생긴다는 논리다.
더욱이 아이디어만 충분히 살려 좋은 그림이나 색상으로 염색 가공하여 디자인만 잘 한다면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여기에 새로운 살 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패션 제품 수출의 기본적인 개념이며 바로 패션 제품이 고부가 가치 산업의 전형이란 논리였던 것이다.
원래 패션제품에는 포화상태란 것이 없다. 넥타이가 3 개나 있으니까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남자도 없으려니와 스카프가 많아서 더 이상은 필요 없다는 여성도 물론 없다. 이러한 뜻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초며 이때부터 당국에서도 여러 가지로 패션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기 시작하였던 것인데 패션 산업 진흥의 기본적인 인프라로서의 패션 도서관과 현대의상 박물관의 설치문제는 끝내 달성하지 못하고 패션 협회장 직을 사임하고 떠나온 것이 아직도 아쉬운 숙제처럼 남아 있다.
다행히 우리 옷 박물관은 단국대학의 배려로 고 석주선 선생님의 유품이 대학 구내에 상설 전시되고 있으나 세계 전체적인 현대 의상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100 여 년에 걸쳐 이룩된 양복문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하나 마련 못하고 있다는 것은 패션 한국을 지향하는 우리들의 무지며 수치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파리의 갤러리아 의상 박물관이나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내 의상전문관, 뉴욕의 메트로포리탄 박물관의 의상 전문관이나 부르클린 의상 전문관처럼 대규모가 아니라도 좋다. 각 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 할 만한 작은 의상 박물관이라도 있어야 한다.
다행히 신혜순 선생이 자비를 들여 모아 놓은 개인소장의 현대의상을 롯데애비뉴빌딩 9층 한 모퉁이, 30여 평의 공간에 마련해 놓은 전시품의 내용이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그때 그 시절을 설명하여주는 역사성을 나타내고 있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는 역할은 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만한 제품이 상설 박물관에 전시되어서 필요한 참고자료로 활용이 되어야지 백화점 한 구석에서 몇 일 동안만 전시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당국이나 패션업계가 크게 반성 할 일이다.
의상박물관 없는 부끄러운 자화상
바야흐로 패션의 흐름이 로코코 시대로 회귀하는 마당에 그냥 바느질만 잘하면 된다는 봉제품 수출시대가 아닌, 패션 제품의 한류화를 이룩하려면 민관을 막론하고 지금이라도 의상 박물관하나 설립시켜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필요한 공간 마련에 나설 것을 긴급히 제안한다.
유럽, 미국에 있는 우리 디자이너는 물론 국내 젊은 디자이너들이 그 기량을 발휘할 시점에 와 있다. 튼튼한 기초 위에서 거침없이 뻗어나갈 인프라를 하루 속히 만들어 줄 때다. 현 섬유산업연합회의 부속 건물이면 가장 좋겠고 아니면 동대문 부근의 서울시 소유 건물에도 이러한 공간 확보는 어렵지 않으리라 믿는다. 성의만 있으면 지방엔들 안되겠는가? 금년이 한국 박물관 100년 되는 해다. <前 한국패션협회장>
※ 출처 : 2009. 11. 16. 국제섬유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