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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해소 아직 멀었다
좀처럼 성립하기 힘든 비대칭 구조가 정치권이다. 어제의 잔칫집이 오늘 초상집으로 변하고 오늘의 초상집이 내일 잔칫상을 벌인다.
10.28 재보선에서 낙승한 민주당의 축제가 하루만에 결딴나고, 초상집 한나라당은 다시 웃음기가 역력하다. 여ㆍ야가 사생결단하던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판결이 초상집 한나라당을 구했고, 잔칫집 민주당에 벌레를 씹게 했다.
최상급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해야겠지만 판결문 내용은 괴이쩍고 아리송하다. “처리절차는 잘못됐지만 법은 유효하다”는 취지는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와 어떻게 다른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도배질을 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도둑질은 불법이지만 장물은 합법이다”, “술마시고 운전한 것은 잘못이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별의별 회화성 댓글이 난무한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절차와 과정이 잘못되면 안된다”고 가르친 자식교육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선뜻 해답이 안나온다.
체감지수 통계와 실제의 차이
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가 정부발표는 경제가 본격 회복되고 있다는데 일선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엄동설한이다. 공신력있는 한국은행 발표를 봐도 10월 제조업 체감경기가 8개월 연속 상승해 6년10개월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제조업 현장에서는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한숨이다.
실제 경기지표의 바로미터는 내수패션 매출이고 내수패션경기 동향은 염색공장 물량을 보면 가장 쉽게 알 수 있다. 백화점 가을매출이 두자릿수로 늘어났다는 지난 10월에 대구염색공단 내 내수전문 염색공장들은 파리날리고 있었다.
7ㆍ8월까지는 그런대로 염색가공 물량이 이어졌지만 내년 봄 제품의 박지용 성수기인 10월 가동율이 여름철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11월도 가공물량이 늘어날 뚜렷한 징후가 없다.
정부의 통계는 잘나가는 자동차ㆍ전자업종과 수입명품을 기준한 것일뿐 가장 기본적인 섬유ㆍ의류쪽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세계 최대 염색전문단지를 자처하고 있는 대구염색공단 입주기업 중 상당수가 요즘들어 바짝 업종전환을 모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지만 제조업 비중과 고용이 가장 많은 섬유의류 업계의 향후 전망은 쉽게 회복될 것 같지가 않다. 환율로 버티던 섬유수출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화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문제다. 내수경기 또한 경기불황 속에 올겨울 날씨가 따뜻하겠다는 기상청 예보로 가장 큰 비중인 겨울용 중의류 판매에 악재가 될 것 같다. 국제유가를 비롯 원자재 값은 뛰어오르고 수출단가는 떨어지는 ‘콩값 상승, 두부값 하락’의 악순환 구조가 해소될 것 같지가 않다.
돌아가는 통박이 도처에 지뢰밭인데도 미봉상태인 우리 업계 내부의 갈등과 반목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은 것도 걱정이다. 업계 전체를 위한 양보와 이해보다 스트림별로 “내 밥에 콩 작은 것”만 따져 대립하는 섬유업계 내부의 모순이 더욱 심화되는 형국이다.
21세기 섬유ㆍ패션산업의 진정한 패러다임은 스트림간 갈등과 대립이 아닌 상생과 화합임에도 아직도 내 기업ㆍ내 업종의 이익에 몰입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쇠락하고 붕괴되면 연쇄적으로 내 기업 내 업종이 무너진다는 순망치한의 정신이 우리에겐 없다.
하나의 예증으로 올들어 화섬사 가격이 두 달이 멀다하고 ㎏당 100원 내외씩 대폭 올랐다. 이유는 PX를 비롯 TPA와 MEG 등 석유화학 제품의 수급조절로 가격이 뛰어 화섬업계가 원사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SF(스테풀화이버)를 사용하는 면방업계야 니트ㆍ직물업계에 가격 인상분을 전가할 수 있지만 최종 수요자인 직물ㆍ니트업계는 옴짝달싹 못하고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화섬업계에 정면으로 대들고 싶지만 원사수급이 타이트 하다보니 그나마 물량을 못받을까봐 올며 겨자먹기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시장가격에 반영하고 싶지만 해외시장은 꿈쩍도 안한다. 한국에서 원사값이 올랐으니 원단값을 올려달라면 바이어는 콧방귀를 뀌며 안사겠다며 정면 반발하고 있다.
화섬업계가 원사값을 올리는 것은 원료값 인상 여파로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적어도 분기별 원사가격 예시제라도 실시하는 것이 상도이다. 그렇지않고 거의 매월 가격을 올리니 직물ㆍ니트 업계가 바이어한테 가격조정은커녕 설득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면방업체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군납 피복류와 공공기관 단체복에 대한 국산 원자재 우대요청도 제품업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군복류에 대한 섬유제품 구매시 국산 원자재 우대정책 주장은 면방업계와 지경부 의견대로 국방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데 반해 공공기관의 유니폼 국산 원자재 우대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방위산업청이 구매하는 국산 전투복 등 피복류의 군납 규모가 연간 2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처럼 국산 원자재 우선구매 규정이 없어 이 부문에서만 해마다 820억원 규모의 원자재 시장을 값싼 중국산 등으로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순망치한 정신이 아쉽다
연간 2조원 규모의 공공기관 단체복 분야의 국산 원자재 우선구매 요구는 주무부처인 중기청이 반대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WTO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다.
여기에는 국내 제품업계의 반대도 한 몫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무슨 국산품 애용론이냐는 강한 거부감이 단체복 생산업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공공기관 단체복 중 원자재 포션은 8000억원 규모를 상회할 수 있다. 이것이 국내산으로 충족됐을 때 국내 소재산업은 엄청난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물론 국산 원자재 가격이 수입가격 보다 비싸지 않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뒤따른다.
또 직물과 염색업계 관계도 그렇다. 서로를 협력의 동반자로 생각지 않고 수직관계로 생각하는 잘못된 관행이 아직도 완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장치산업인 염색가공 업계가 5년 10년째 가공료가 묶여있어 극도의 채산악화를 호소하지만 일감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주는 대로 받는 고달픈 경영이 지금 이 순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이나 이태리 같은 섬유 선진국은 오히려 섬유의 최종공정인 염색가공 업계의 입김이 훨씬 강하다. 제직ㆍ편직ㆍ어패럴 업체들이 거래 염색업체에 통사정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다.
거두절미하고 섬유 각 스트림이 하나로 뭉쳐도 헤쳐가야 할 장벽이 첩첩산중이다. 내 기업 내 업종만 챙기겠다는 옹졸한 생각은 게도 구덕도 다 놓친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자기영역만 챙기는 소아병적인 사고를 벗어나 ‘주식회사 한국섬유패션산업’을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本紙 발행인>
※ 출처 : 2009. 11. 2. 국제섬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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